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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 가사에 숨어 있는 뜻밖의 진실

감미로운 사랑 노래로 알고 흥얼거렸다면 흠칫할 수 있다.

  • 입력 2023.05.24 08:38
  • 수정 2023.05.25 15:21
  • 2023년 5월호
  • 이영민 에디터

명곡 가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해석을 잘못해 전혀 다른 노래로 소개된 경우 때문이다.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 한다. 두 번째는 가사 자체가 심오하기 때문이다. 명곡 중에는 서양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쓴 가사가 많다.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끄집어내면 익숙한 곡도 다르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가사가 문학적이니까. 밥 딜런의 가사는 그 자체로 시다.

- 이무영(팝 칼럼니스트)

 

 

Like a Rolling Stone (1967)
밥 딜런 Bob Dylan

옛 연인을 향한 통쾌한 독설
명실상부 밥 딜런의 대표곡. 잘나가다가 한순간에 몰락한 한 여인에게 건네는 남자의 이야기다. 어떤 이는 그 여자가 딜런의 연인이었다가 앤디 워홀과 염문을 뿌린 에디 세즈윅이라고 주장한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가사 속 여인은 ‘배반하고 떠난 연인’, ‘허세 부리다가 몰락한 졸부’로 치부된다. 떠나간 여인을 향해 던지는 한마디로 이만큼 통쾌한 말도 없다.

음악 전문 잡지 <롤링 스톤>은 이 노래를 팝 역사상 최고로 꼽았다. 포크와 록 음악의 융합을 잘 도모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제목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라는 격언과 행크 윌리엄스의 ‘Lost Highway’의 가사 중 “I’m a rolling stone. I’m alone and Lost”에서 따온 것이다. 

Like a Rolling Stone  

Once upon a time, you dressed so fine
한때 너는 근사하게 차려입고

Threw the bums a dime in your prime, didn’t you?
잘나갈 때는 거지들에게 잔돈푼이나 던져주었지

People call, say ‘Beware doll, you’re bound to fall’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조심해, 예쁜 아가씨야.
그러다 무너질 거야”라고 말할 때

You thought they were all kidding you
그들이 농담하는 줄 알았지

You used to laugh about
너는 비웃곤 했지

Everybody that was hanging out,
하찮게 돌아다니는 그들을

But now you don’t talk so loud,
하지만 지금 너는 말도 크게 하지 못하고

Now you don’t seem so proud,
창피해 죽겠지

 

 

 

Light My Fire (1967)
도어스 The Doors

약물과 섹스에 집착하는 청춘들
1960년대 사이키델릭 록의 최대 명곡. <롤링 스톤> 선정 500대 명곡에도 들어간다. 발표하자마자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고, 도어스는 비틀스에 맞설 미국의 대표 그룹으로 격상되었다. 가사에는 황홀경을 맛보기 위해 약물을 이용하고 밤이 새도록 서로를 탐닉하자는 얘기를 담았다. 이는 섹스와 약물에 집착하는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대변한다. 실제로 ‘Light my fire’는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대마초에 불을 붙이거나 섹스 파트너를 유혹할 때 쓰던 일상어였다.

또 “Girl, we couldn’t get much higher”라는 가사 중 ‘higher’는 당시 마약에 취한다는 뜻의 속어로 쓰였다. 이에 CBS <에드 설리번 쇼> 출연을 앞두고 미국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단어를 ‘Better’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본 방송 때 짐 모리스가 대뜸 “Higher!”라고 소리지르는 바람에 이후 해당 방송국의 출연 금지를 당했다.

Light My Fire

You know that it would be untrue
너도 그것이 사실이 아닌 걸 알아

You know that I would be a liar
내가 거짓말쟁이가 되겠지

If I was to say to you
만약 너에게

Girl, we couldn’t get much higher
우리가 이보다 더 황홀감을 맛볼 수 없을 거라 했다면

Come on baby, light my fire
내 사랑이여, 나의 불을 피워주오

Come on baby, light my fire
내 사랑이여, 나의 불을 피워주오

Try to set the night on fire, yeah
이 밤을 불살라주오

 

 

 

Let it Be (1970)
비틀스 The Beatles

멤버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Let it be’ 
1960년대 후반 비틀스는 멤버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정신적 지주였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죽은 후 멤버들이 흩어진 것.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각자 파트별로 따로 녹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폴 매카트니는 어떻게든 팀을 화합하기 위해 애썼다. 어느 날 밤 그의 꿈속에 나타난 어머니는 “다 괜찮아질 거야. 그냥 내버려 둬(Let it be)”라고 위로했다. 잠에서 깬 그는 홀린 듯 곡을 썼고, 그렇게 ‘Let it be’가 탄생했다.

‘Mother Mary’는 누구?
폴 매카트니 어머니의 이름은 ‘메리’다. 그런데 영어권에서 ‘Mother Mary’는 성모마리아를 뜻하기도 한다. 매카트니는 영국인으로는 드물게 천주교 신자였는데, 이 때문에 메리가 그의 어머니를 뜻하는지, 성모마리아를 뜻하는지 논쟁이 벌어졌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라고 말했지만, 성모마리아도 염두에 두었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Let it Be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내가 고통의 시간 속에 있을 때

Mother Mary comes to me
어머니 메리가 내게 다가와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지혜의 말씀을 던져주네, 그냥 내버려 두렴

And in my hour of darkness
나의 어둠의 시간에

She is standing right in front of me
그녀는 내 앞에 서서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지혜의 말씀을 던져주네, 그냥 내버려 두렴

 

 

Bohemian Rhapsody (1975)
퀸 Queen

살인을 조장한 가사라는 오해
“Mama, just killed a man”라는 가사 때문에 한때 살인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양성애자로서 정체성을 드러낸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자전적 이야기로 봐야 한다. 프레디 머큐리는 1970년부터 약 5년간 매리 오스틴이라는 여성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같은 시기에 여러 남자와도 관계를 맺었다.

가사에서 머큐리가 총으로 쏘아 죽인 사람은 매리 오스틴을 사랑했던 이성애자인 자신이었고, 그가 매달리는 엄마는 오스틴이었다. 또한 ‘새로운 세상’은 오스틴 없이 살아가야 하는 삶이었다.

Bohemian Rhapsody

Mama, just killed a man
엄마, 사람을 하나 죽였어

Put a gun against his head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Puller my trigger, now he’s dead
방아쇠를 당겼더니 죽어버렸지

Mama, life has just begun
엄마, 삶이 막 시작되었는데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난 모든 걸 팽개쳐버렸어

Mama, ooh
엄마

Didn’t mean to make you cry
엄마를 울게 하려 한 건 아냐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만약 내일 이 시간까지 돌아오지 못한다면

Carry on, carry on
살아나가야 해, 살아나가야 해

As if nothing really matters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Hotel California (1977)
이글스 Eagles

물질 만능주의로 변질한 음반계 비판
가사를 쓴 드러머 돈 헨리는 “이 곡은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성찰과 미국 사회·문화에 대한 비판”이라고 밝혔다. 음악적으로 순수했던 1960년대에 비해 1970년대는 대중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전략만이 난무한다며 미국 음반업계를 조롱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1969년 이후로 그 정신을 잃었습니다(We haven’t had that spirit here since nineteen sixty nine)”라는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Hotel California 

So I called up the Captain,
지배인을 불러서

“Please bring me my wine”
와인 한잔 갖다 달라고 했어

He said, “We haven’t had that
spirit here since nineteen sixty nine”
그는 “1969년 이후 술은 취급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지

And still those voices are calling from far away,
아직도 그 목소리들이 멀리서 외치는 듯해

Wake you up in the middle of the night
한밤중에 당신을 깨우지

Just to hear them say
그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캘리포니아 호텔에 오신 걸 환영해요

Such a lovely place(Such a lovely place)
너무나 아름다운 곳

They living it up at the Hotel California
모두 이곳에서 인생을 즐기죠

What a nice surprise(what a nice surprise)
너무나 아름다운 곳

Bring your alibis
알리바이를 갖고 오세요

 

 

 

 

Every Breath You Take (1983)
폴리스 The Police

사랑 노래가 아닌 끔찍한 스토커의 광기
발매 당시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곡. 뉴웨이브 음악을 상징하는 곡이며 동시에 1980년대를 통틀어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대중문화 역사상 가사의 뜻이 가장 잘못 전달된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경쾌한 리듬과 메인 리프, 감미로운 스팅의 목소리와 멜로디 때문에 사랑 노래로 알기 쉽지만, 사실은 질투와 울분으로 가득 찬 스토커의 노래다. “네 모든 숨결, 네 모든 움직임을 내가 매일 지켜볼 거야”라는 가사는 뉘앙스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된다.

스팅은 인터뷰에서 “아주 끔찍하다 못해 사악한 노래다. 이 노래는 질투와 감시,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모르고 종종 결혼식 축가로 쓰는 등 이 곡에 얽힌 웃지 못할 사연이 많다. 스팅 역시 이 같은 소식을 듣고 배꼽 잡고 웃었다는 후문이다.

Every Breath You Take

Every breath you take
네 모든 숨결

And every move you make
네 모든 움직임

Every bond you break,
네가 깨뜨린 모든 관계

Every step you take
네 모든 발걸음을

I’ll be watching you
내가 지켜볼 거야

Every single day
매일매일

And every word you say
네가 하는 모든 말

Every game you play,
네가 하는 모든 게임

Every night you stay
네가 머무는 모든 밤을

I’ll be watching you
내가 지켜볼 거야

Oh, can’t you see
왜 너는 모르나

You belong to me?
네겐 나뿐이라는 걸

My poor heart aches
네 모든 걸음걸이에 밟혀 아파하는

With every step you take
내 불쌍한 마음을

 

 

 

 

Like a Virgin (1984)
마돈나 Madonna

마돈나를 만나 여성 해방으로 해석된 곡
자칫 평범한 댄스곡으로 묻힐 수 있었던 이 곡은 마돈나의 도발적 이미지를 통해 ‘성적 자유’를 추구하고 싶었던 젊은 여성들의 찬가로 거듭났다. 당시 찬반 여론은 극명하게 갈렸다. 보수적 가치관을 지닌 이들은 이 곡이 ‘문란한 성문화’를 조장한다며 비난했다. 반면 젊은 여성들은 자유분방함과 성적으로 자신감 넘치는 마돈나의 태도에 열광한 이도 많았다. 마돈나는 후자에 힘을 보탰다.

“(이 곡의 내용이) 나와는 정반대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난 그때 처녀도 아니었고, 물질만능주의자는 더더욱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니 처녀면 처녀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도대체 ‘처녀처럼’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 노랫말에 담긴 말장난이 매우 흥미로웠다.”

Like a Virgin

Like a virgin, hey
마치 처녀처럼

Touched for the very first time
처음으로 누가 만져준 듯

Like a virgin
마치 처녀처럼 느껴져

With your heartbeat Next to mine
네 심장이 내 곁에서 뛸 때

 

 

 

Smells Like Teen Spirit (1991)
너바나 Nirvana

기성세대를 향한 청춘의 분노
1990년대 초 미국 사회는 경제 불황에 빠져 있었다. 젊은이들은 분노에 차 있었고, 너바나는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를 가사에 직설적으로 쏟아내며 당시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리드 보컬 커트 코베인은 순식간에 X세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커트 코베인은 정작 “한 개인이 한 세대를 대변한다는 건 헛소리다. 나는 나 자신을 대변할 뿐이다”라며 자신을 향한 존경 어린 시선을 거부했다.

가사의 난해함을 즐긴 너바나
커트 코베인은 가사에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것을 즐겼다. 이런 성향은 그가 죽기 직전 벽에 한 낙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무도 나의 의도를 모를 것이다(Nobody will ever know my intention).”

Smells Like Teen Spirit 

Load up on guns bring your friends
총을 장전하고 친구들을 데려와

It's fun to lose and to pretend
무너지고, 속이는 건 참 재미있지

She’s over-bored and self-assured
그 계집애는 매우 따분해하고, 콧대만 높아

Oh no, I know a dirty word
난 더러운 말을 알지

Hello, hello, hello, how low
헬로, 헬로, 헬로, 얼마나 저속해?

Hello, hello, hello, how low
헬로, 헬로, 헬로, 얼마나 저속해?

Hello, hello, hello, how low
헬로, 헬로, 헬로, 얼마나 저속해?

Hello, hello, hello
헬로, 헬로, 헬로

 

 

Creep (1992)
라디오헤드 Radiohead

용기 없는 록 밴드의 소심한 변명
노래 속 화자는 아름답고 화려한 여성을 바라보는 초라한 자신을 고백하며 끝없이 자학하고 분노한다. 보컬리스트 톰 요크의 실제 경험담이다. 그러나 당시 평단은 이 곡을 “용기 없는 록 밴드의 소심한 변명”이라며 깎아내렸다.

록 정신 버리고 대중 노선 택한 사연
그러나 이 곡이 느닷없이 이스라엘에서 히트를 했다. 대운의 낌새를 알아차린 레코드사는 재빨리 “so fucking special”이라는 가사를 “so very special”로 순화해 재발매했다. 대중적 인기를 도모한 전략에 밴드는 전 세계를 돌며 흥행가도를 달렸다. 그룹 오아시스의 기타리스트 노엘 갤러거는 이런 라디오헤드를 격렬히 비난했다. 요크 자신도 “가사를 수정하면서 노래가 갖고 있던 ‘분노(anger)’를 잃었다”며 후회했다.

 

Creep 

When you were here before
전에 네가 여기 있었을 때

Couldn’t look you in the eye
널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지

You’re just like an angel
넌 천사 같고

Your skin makes me cry
네 살결은 날 울게 만들어

You float like a feather
넌 깃털처럼

In a beautiful world
이 아름다운 세상에 떠다녀

I wish I was special
내가 특별했더라면

You’re so fucking special
넌 정말 더럽게 특별해

But I’m a creep, I’m a weirdo
난 재수 없는 놈, 난 괴짜야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I don’t belong here
난 여기 안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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