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뉜다. 중추신경은 뇌와 척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치종합사령부와 같이 우리 몸에서 느끼는 감각을 수용하고 조절하며 운동, 생체 기능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말초신경은 뇌와 척수 바깥에서부터 몸통, 팔, 다리로 퍼지는 신경 가지를 일컬으며, 정보와 자극을 중추신경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으로부터 감각, 근육 자극과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반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중추신경에 전달하고 중추신경의 운동자극을 다시 우리 몸으로 전달한다. 말초신경은 크게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으로 나뉘는데, 감각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이나 저린 느낌 등 감각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균형 감각 및 위치 감각 등에 손상이 생기면 균형을 잡기 어려워 서고 걷기가 힘들어진다. 김창환 교수를 만나 재활 치료의 방법과 역할, 그리고 역경을 극복한 환자의 에피소드를 들었다.
신경 문제를 인지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
김창환 교수는 ‘신경 재활 치료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은 뒤 항암 치료를 받고 완치되었는데, 온몸에 마비가 찾아와 2년 동안 꼼짝없이 누운 채로 지내고 있던 60대 남성 환자는 원인도 모른 채 진통제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뇌, 척수의 MRI검사는 모두 정상이었고 신경 생리 검사에서 운동 신경도 정상 범위였지만, 감각 신경이 팔다리에서 완전히 기능을 잃은 '거리비례형 다발성 신경병증에 의한 감각마비'로 진단을 받았다. 김창환 교수는 감각마비 환자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재활치료를 1개월간 적용했고, 환자는 점차 통증이 줄고 스스로 돌아눕고, 일어나 앉기 시작했다. 두 달 째부터는 손을 잡고 일어설 수 있었고, 3개월에 접어들면서 보행기나 벽에 부착한 손잡이를 이용하여 화장실 출입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손의 기능도 나아져서 현재는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하여 식사도 가능한 상태다.
에디터가 직접 환자의 재활 치료 과정을 지켜보고 놀랐던 점은, 누워만 있던 모습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팔 근육의 힘이 꽤 강해 보였고, 미세한 근육의 떨림이 있긴 했지만 걷고자 하는 환자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김창환 교수는 “일주일 정도 후에는 퇴원 후 외래 진료를 받아도 될 정도로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다발성신경병증이라는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환자는 어땠을까. 병상에 누워 점점 무뎌져가는 감각을 지켜만 봐야 했을 것이다. 말초신경병증은 원인 질환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고, 특정 검사를 시행해야 진단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 때문에 어떤 신경에 문제가 있는지 진단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각이 마비된 말초신경병증 환자들은 감각이 어디까지 살아 있는지가 중요하다. 김창환 교수는 “힘은 있지만 감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신경이 퇴화하면 닿는 느낌을 통증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신경전도 검사와 근전도 검사, 혈액 검사, 땀분비축삭반응 검사 등을 통해 어떤 부위의 신경이 어느 정도 손상되었는지 확인하고, 원인을 찾은 뒤에는 약물 치료와 전기 치료, 감각 운동 및 기능 훈련, 보조기를 사용해 무릎의 위치 감각으로 설 수 있도록 돕는 등 환자에게 맞는 치료 프로그램을 구성해 진행한다.
의학적 치료뿐 아니라 사회적·관계적 도움을 주는 역할
재활의학은 과학적이고 체계화된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해 육체적 능력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어진 조건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이끌어내는 분야다. 그 때문에 주치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질병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시각으로 환자를 다뤄야 하며, 사회적, 관계적 도움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울러 신경 재활은 짧은 시간에 완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삶에도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다. 김창환 교수는 “25년간 돌본 환자는 가족이나 다름없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더불어 김창환 교수는 “많은 환자를 보면서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가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실감한다”라고 말했다. 가족의 긍정적인 메시지와 적극적인 보살핌은 환자의 회복 의지를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의학적 진단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인생에서 가치를 느끼고 삶을 유지할 만한 원동력은 재활의학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주치의의 정확한 진단과 세심한 치료,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와 긍정적인 마음, 그리고 환자의 강한 회복 의지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누워만 있던 환자는 어느새 앉고, 서고, 그리고 걷게 되면서 긴 치료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