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왜 근육통이 생길까?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은 상체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리면서 걷는다. 체온을 지키기 위해 몸을 웅크리면 머리와 목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고 허리와 고관절, 무릎 관절이 모두 약간씩 구부정한 자세가 된다. 이는 온도 변화와 미끄러운 노면에 적응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이지만, 척추와 관절에 많은 부담을 준다. 이러한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다 보면 경추의 정상적인 굴곡(커브)이 소실되고, 커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경추 기립근의 수축 빈도가 줄어 약화되기 쉽다.
반면,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목에서 어깨까지의 승모근, 견갑골을 지탱하는 견갑올림근 등 주변 근육의 활성도는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추운 곳에서 장시간 떨다가 실내로 들어온 후 어깨가 뻐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추운 날씨는 근육을 굳게 만든다. 근육이 지닌 힘의 차이도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추위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수축하는 척추 근육, 허리·배·엉덩이·허벅지 근육, 종아리 근육 등은 적근(또는 속근)으로 순식간에 힘을 발휘하기보다는 꾸준히 힘을 내는 지구력이 강한 근육이다. 이에 비해 팔과 다리의 근육은 지구력이 약한 백근(또는 지근)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자세 유지에 사용되어야 할 적근이 추운 날씨에 굳어 제 역할을 못 하고 백근을 동원해 힘을 쓰다 보면 근육 내 노폐물이 빨리 축적되고 쉽게 근육통이 생긴다.
힐리언스코어센터 서권영 운동전문가는 “날씨가 추워지면 관절 내부에 압력이 올라가고 혈관이나 근육이 수축할 수 있다”라며 “같은 충격이어도 기온이 따뜻할 때보다 기온이 낮을 때 충격을 더 심하게 받을 수 있고, 근육도 더 쉽게 손상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어 “근육은 몸의 안정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날씨가 추울수록 근육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추운 날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혈관이 수축해 몸이 뻣뻣해지고, 감각이 둔해진다. 근육의 긴장도와 피로도 역시 증가하며, 관절 경직으로 목, 어깨, 무릎, 허리 등 다양한 부위에 근육통, 관절통이 발생한다. 이는 나아가 근골격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근·건·인대·관절낭 등 유연성이 필요한 조직이 뻣뻣해지면서 근골격계질환의 위험성 또한 점차 증가한다.
겨울철 근골격계질환, 낙상 사고로 인한 골절과 스포츠 부상이 원인
겨울철 근골격계질환에 특히 취약한 연령대는 고연령층이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이 계절에 따른 연령별·원인별 사망자 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 고연령일수록 겨울에, 저연령일수록 여름에 사망 비중이 높았다.
노인은 젊은 층에 비해 균형 감각이 떨어져 빙판길에서 넘어지기 쉬울 뿐 아니라 넘어졌을 경우 골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특히 노화에 따라 골밀도가 저하된 노인들은 낙상으로 인한 충격을 이기지 못해 손목이나 엉덩이 뼈 등에 골절 같은 치명상을 입기 쉽다. 엉덩이 뼈인 대퇴부에 골절이 생길 경우에는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어 충격이 그대로 뼈에 전달되기 때문에 골절 부상을 입기 쉽다. 낙상 사고로 인한 골절상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특히 50대 이상 여성이 전체 골절 환자의 54%를 차지할 정도로 중년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다. 골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요골(손목), 발목, 요추(허리), 대퇴골(엉덩이) 순이다. 손목과 엉덩이는 넘어지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바닥을 짚거나 엉덩방아를 찧어 골절을 입기 쉽고, 여성의 경우 하이힐로 인한 발목 부상이 많기 때문이다.
또 노인의 경우 낙상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할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구성하는 여러 구성 요소 중에서 연골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면서 생긴다. 주로 체중을 많이 받는 관절인 무릎과 엉덩이 관절 등에 심한 통증과 운동 장애가 나타난다. 장기간 방치하면 관절 변형까지 초래하는, 흔하지만 위험한 관절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관절염은 낮은 기온과 관련이 높다.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 활동이 줄면서 근육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데, 이때 근육 자체의 신진대사도 줄면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 김상범 원장(선수촌병원)은 “퇴행성관절염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체중 관리와 규칙적인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도수치료,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통증이 계속되면 약물치료나 주사치료가 필요하다. 주사치료까지 진행된 상황이라면 이미 퇴행성관절염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이므로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 통증 완화 치료를 하면서 어느 정도 통증이 잡히면 무릎과 주변의 근력을 꾸준히 강화해 주는 것이 좋다. 회복 기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꾸준히 치료하면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물론 고령층뿐 아니라 젊은 층도 겨울철 근골격계질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겨울은 스키, 스노보드 등 겨울철 익사이팅 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눈 위를 빠른 속도로 즐길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 제격인 익사이팅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에서는 관절 부상을 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겨울철에는 낮은 기온으로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고 혈관이 수축해 부상의 위험이 특히 크다. 관절 손상을 입거나 무릎이 꺾이면서 발생하는 전방십자인대 파열, 목·척추 등의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 활동을 하기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 없이 바로 스포츠를 즐긴다면 근골격계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날씨가 추운데도 목덜미를 드러내고 다니는 경우
‣빙판길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경우
‣겨울철 외출 시 굽이 높고 볼이 좁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경우
‣겨울 스포츠를 즐길 때 준비운동 없이 바로 시작하는 경우
‣움직임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두껍고 둔한 옷을 입는 경우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근골격계질환의 종류
이처럼 겨울철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전 연령층에서 근골격계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은 계절이다. 근골격계 손상이나 질환은 근육, 인대, 관절 그리고 혈관 등에 직접적 영향을 받아 생길 수 있다. 에너지 소모가 많고 관절 운동을 제한하는 두꺼운 옷이나 보호 장비 착용, 과도한 힘을 사용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작업 환경과 관련해 발생하는데, 추운 겨울일수록 이런 영향을 많이 받는다. 건강에 영향을 주는 온도는 노출 정도에 따라 다양하지만, 근골격계 손상의 징후와 증상은 영상 2℃(또는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에는 영상 10℃) 이하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근골격계질환으로는 골절, 퇴행성관절염, 근육통, 허리디스크, 회전근개파열 등이 있다. 특히 관절염은 날씨와 깊은 연관이 있는 근골격계질환 중 하나다. 관절염 환자의 92%는 날씨와 증상이 상관관계를 보이며, 48%는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관절염이 날씨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습도, 기압, 햇볕, 기온, 바람, 대기 중 이온 등의 변화가 주요 요인이다. 특히 습도, 저기압, 고온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들 요인이 관절염 증상 전반에 영향을 줘 관절의 통증과 강직 정도에 이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 기관의 밀도는 모두 다른데 관절을 구성하는 근육, 뼈, 건 등은 습도와 기압의 변화에 반응해 서로 다른 밀도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이 같은 수축과 팽창의 변화는 관절을 움직일 때 통증을 더욱 심하게 한다. 또 기압 변화는 신체 압력을 일시적으로 변화시켜 신경말단의 통증을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한다. 결국 같은 통증 정도도 더 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울철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관절질환으로는 퇴행성 고관절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고관절 골절 등이 있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고관절질환 중 가장 흔한데, 초기에는 관절염이 생긴 부위에만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할수록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같은 작은 자극에도 엉덩이 쪽에 심각한 통증이 발생해 절뚝거리며 걷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통증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방치하면 허리, 골반, 무릎으로까지 통증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허벅지 뼈인 대퇴골의 위쪽 끝부분인 대퇴골두로 피가 통하지 않아 뼈 조직이 죽게 되는 것을 말한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겨울철에 발생하기 쉬우며, 혈액순환장애로 괴사된 대퇴골두에 압력이 가해지거나 골절이 발생하면 고관절 손상이 초래된다.
고관절 골절은 넘어지거나 다쳤을 때 충격을 받아 골절이 생기는 경우인데, 넘어져서 고관절이 골절되었다면 간단한 응급처치로 끝낼 것이 아니라 빨리 병원으로 가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관절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고,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통증 등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평소 관절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