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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Review] 감정에 관한 가장 섬세한 탐구

다정과 불안으로부터 출발한 두 권의 책.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은 이유를 돌아보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디플롯
ⓒ 디플롯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 디플롯

정지환 에디터

MBTI 성격검사에서 매번 ‘F(감정 성향)’보다 ‘T(사고 성향)’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그때마다 나는 늘 ‘다정함이 결여된 인간’으로 인식됐다. 억울한 측면이 많았지만 부정하기도 어려웠다. 다정함을 책을 통해서라도 배우려는 얕은 노력의 일환으로 이 책을 읽었다.

제목만 보면 말랑한 감성 에세이로 보이지만, 책은 ‘다정함’을 주제로 진화와 역사, 정치까지 두루 다룬다. 책 중반부까지는 마치 생물학 서적을 읽는 듯한데, 이는 후반부에 다루는 현 사회에 대한 시사점을 언급할 때 그 자체로 꽤 단단한 근거가 된다. 개인적으로 책 중반부 이후 세계사와 정치를 다루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특히 첨단기술에 대한 우려가 인상 깊다. 기술은 언제나 그래왔듯 그 자체로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이유다. 인류가 번성한 이유가 다정함 덕분이라고, 감정을 논리로 설명한 책이라고 할까.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런 막연한 이유에서라도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토록 매혹적인 호러

푸르게 빛나는

ⓒ 안전가옥
ⓒ 안전가옥

김혜영 / 안전가옥

김보미 에디터

범접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무력감과 불안감. 코즈믹 호러는 바로 그 지점에 주목하는 장르다. 김혜영 작가의 단편소설집 《푸르게 빛나는》은 미지의 존재와 우주적 공포를 통해 ‘불안’이라는 일상적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푸르게 빛나는》은 남매를 찾아온 섬뜩한 존재를 그린 <열린 문>, 액취증으로 고생하던 주인공이 검은색 물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우물>, 아파트에 생긴 벌레 때문에 일상이 파괴된 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푸르게 빛나는>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세 단편에는 불안한 감정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깊이 스며들어 있다. 정교하게 짜여진 현실에서 느끼는 비현실적 공포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진원지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책장을 덮고 나서도 뒷목을 선득하게 스친다. 이 책은 차근히 쌓아 올린 불안을 명쾌하게 해소해 주지 않는다. 얼룩은 결말부에 가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불안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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