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자극하는 두 권의 SF소설.
대단한 SF소설, 취향에만 맞다면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저, 장성주 역 / 황금가지
정지환 에디터
편집부 김보미 에디터는 책 ‘덕후’다. 정확히는 소설 애호가다. 현실주의자인 그가 허구의 세계를 즐긴다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종종 출퇴근 길에도 소설에 몰입하는 그를 보며 '소설이 그렇게나 재밌나' 싶다. <종이 동물원>은 편집부 애서가의 권유로 읽은 ‘소설’이다.
나는 작품의 ‘연출’을 즐긴다. 사건의 전개나 인물의 감정보다는 그 상황을 어떻게 묘사하고 연출했는지가 중요하다. <곰탕>을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꼽는 이유다. <곰탕>의 저자 김영탁은 영화 <헬로우 고스트>(2010)를 연출한 영화감독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은 탁월한 장면 묘사가 매력이다.
<종이 동물원>은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한 SF단편 소설이다.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했다니, 작품을 평가하는 건 의미가 없을 정도다. 다만, 개인적으로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취향 때문일까. 빠져들어 읽기보단 비교적 무던한 마음으로 읽었다. 재밌긴 했지만, 언제 또 소설을 읽을지는 모르겠다.
인간에게 고통이란 무엇인가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저 / 다산책방
김보미 에디터
부작용 없이 통증을 지워주는 ‘완벽한’ 진통제가 등장했다. 약 한 알이면 고통을 잠재울 수 있는 세상, 통증을 참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런데 온 세상의 고통이 사라지자 다시 고통을 갈망하는 인간들이 나타났다. 급기야는 ‘고통이 곧 영혼이자 인간의 정수’라고 믿는 신흥 종교 단체까지 출현했다. 이후 진통제를 만드는 회사는 테러를 당하고, 종교 단체 지도자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고통에 관하여>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SF 스릴러다. SF적 상상력을 토대로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소설 곳곳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을 ‘정상적인 삶’으로 보는 지금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인간에게 고통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고통은 구원인가, 악몽인가. 경쟁으로 인한 불안에 고통을 감수해야만 하는 삶은 어떤가. 고통에 관한 작가의 탐구는 사회가 정의한 정상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쉽게 답할 수 없는 철학적 질문을 계속해 곱씹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