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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변화의 물결 [Editor’s review]

격동의 세월 담은 대작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 다산책방

김보미 에디터

지난 10월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 최초이면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일궈낸 쾌거다. 최근 세계 문단에서 여성 작가들의 활약은 실로 대단하다. 문학계가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배제됐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유수의 문학상에서 정보라, 김초엽, 김혜순 등 여성 작가들이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 역시 주목해야 할 여성 작가다. 한국 고유의 정서와 풍부한 서사가 담긴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2024 톨스토이 문학상을 거머쥐며 문학계에 새로운 목소리를 더했다.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집필한 이 작품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여러 인물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투쟁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섬세하게 그린다. 역사라는 파고가 개인의 삶에 남기는 흔적을 감각적으로 풀어내 한순간도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었던 한국인의 호랑이 같은 기개를 일깨우는 소설이다.

 


 

개인을 위한 다정함

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 교보문고

정지환 에디터

인류가 포식자의 위치에 오른 이유는 무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 사회는 개인으로 분해되는 모양새다. 빙하가 녹아내려 흩어지듯 인간 사회도 갈라진다. 조직이 해빙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책임은 가중된다.

작가는 전작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집단화 방식의 변화를 제시했다. 조직, 가족 등 구시대적 관점의 무리를 해체하고, 개인을 대변하는 취향과 역량으로 재조직하자는 이야기다. 개인화 사회를 전망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인간은 무리 지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아는 듯하다.

책에서 긍정한 내용은 ‘다정함’이다. 다가오는 시대를 살아갈 인간은 조직의 일원으로 얽혀 사는 것이 아닌 하나의 개체로서 낯선 이들을 포용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조직이라서, 가족이라서 자연히 형성되는 개념을 해체한다면 관계는 개인의 성격, 역량에 노출된다. 이런 이유로 다정함은 유리하다. 다가오는 시대에 살아남은 인간의 필수 역량 내지 우성 인자는 다정함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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