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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예술 영화관, 라이카 시네마 방문기

  • 입력 2024.03.07 11:00
  • 수정 2024.03.08 08:56
  • 김보미 에디터

서울 곳곳에는 작은 영화관들이 많다. ‘예술 영화관’이라 불리는 이곳에선 상업성과 대중성보다는 영화 고유의 미학이나 주제 의식에 중심을 두는 예술 영화와 독립 영화를 상영한다. 어렵거나 난해하지만 여전히 가치 있는 질문들이 담긴 영화들, 감상한 후에 오랜 시간을 들여 곱씹어 보아야 하는 영화들, 대형 영화관에서는 좀처럼 감상하기 어려운 그런 영화들을 이 극장에서는 마음껏 만나볼 수 있다.

 

ⓒ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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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근처에 위치한 라이카 시네마는 연희동 최초의 예술 영화관이다. 극장 이름은 소련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한 최초의 우주 탐사견 ‘라이카(Laika)’에서 가져왔다. 강아지 라이카와 이 극장은 닮은 구석이 있다.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는 용감한 존재라는 점에서 그렇다.

대중적인 예술 영화관을 지향하는 라이카 시네마에선 작품성을 기준으로 상영작을 엄선한다. 국경과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큐레이션이 특징이다. 매달 주제를 달리해 선보이는 기획전은 시네필은 물론 영화의 세계에 막 발을 들인 입문자도 즐길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의 혁명적 영화 운동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 기획전이, 작년 12월에는 토드 헤인즈 감독 기획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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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층에는 현재 상영중인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이곳에서 티켓을 발권한다. 티켓은 온라인과 현장 예매 모두 가능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상영관이 나온다. 좌석은 약 40석. 좌석 간격이 매우 여유롭다. 앞 좌석을 방해할까 걱정할 필요 없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다. 단차도 적당한 편.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음향 품질이다. 요즘 영화광들은 ‘남돌비(남양주 메가박스 돌비시네마)’, ‘코돌비(코엑스 메가박스 돌비시네마)’라는 신조어를 사용할 정도로 음향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곳은 작은 상영관임에도 불구하고 입체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직접 영화를 감상해 보니 작은 공간에 꽉 차는 풍성하고 입체적인 사운드 덕에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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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영화 감상은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어떠한 방해 요소 없이 영화의 메시지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를 고화질, 고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예술 영화를 잘 모르더라도 괜찮다. 프로그래머의 안목이 돋보이는 영화 큐레이션과 기획전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3월에는 현대 영화사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감독 장 뤽 고다르의 기획전이 열린다. 관심이 있다면 극장을 찾아 문화 생활을 즐겨 보길 바란다.

 

  이것만은 꼭! 예술 영화관 에티켓

예술 영화관에는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하자’는 취지를 담은 몇 가지 관람 예절이 있다. 먼저 영화는 광고 없이 정시에 시작되며, 상영 시간 10분 후에는 발권 및 입장이 제한되기 때문에 입장 시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상영관 내에서 음식물 섭취도 금지된다. 라이카 시네마의 경우 음료 반입은 가능했는데, 극장마다 운영 정책이 다를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상영관 내 조명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 켜진다.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매너다.

관람 에티켓을 숙지했다면 이제 영화를 즐길 일만 남았다. 라이카 시네마를 제외하고, 예술·독립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서울의 예술 영화관을 세 곳 소개한다.

 

ⓒ에무시네마
ⓒ에무시네마

■  에무시네마

‘서울 예술 영화관’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에무시네마. 2016년 개관 이후 수많은 영화들을 소개해 왔다. 독일 영화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 기획전을 열어 큰 사랑을 받은 극장이기도 하다. 매년 루프탑에서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별빛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일반 좌석과 빈백 좌석이 나뉘어 있어 조금 더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아트하우스 모모
ⓒ아트하우스 모모

■  아트하우스 모모

이화여대 ECC 지하 4층에 위치해 있는 영화관이다. 학생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2개의 상영관이 마련돼 있고, 아날로그 필름 상영 시스템을 완비했다. 영화의 본래 화면 비율을 고려해 가림막 등으로 스크린 여백을 조절하는 ‘마스킹’을 제공한다.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여대 ECC B402

 

ⓒ인디스페이스
ⓒ인디스페이스

■  인디스페이스

2007년 개관한 한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 독립영화인과 영화 팬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독립 영화 상영과 함께 전쟁과 여성영화제, 가치봄 영화제 등 다양한 주제의 영화 축제도 개최한다. 영화를 통해 세계를 확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주소 | 서울 마포구 양화로 176 (동교동와이즈파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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